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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집주인 생활 체험기

플로리세 2018. 10. 12. 07:30

신혼때 결혼자금 1억5천에 대출을 약간껴서 수도권에 30년쯤 된 단독주택을 샀습니다.


그때는 사실 아파트에 대해 닭장같다는 인식이 있었고

아무도 신경쓰지않는 마당있는 내 집에 대한 로망때문에

약 3천만원 정도를 들여 리모델링공사를 하고 단독주택 생활을 시작했죠.


이후 1년정도 거주하던중 바로 인접한 3층상가건물이

20층 오피스텔 건축으로 팔려나가면서 해당 건축업자가 우리집도 같이 매입하겠다며 찾아왔어요.


듣기론 우리집을 매입하면 층당 1세대씩 늘어날수있어서 가급적이면 꼭 사고싶다 그러드라고요.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꽤 솔직한 사람같네요. 자기패를 내놓다니..


그래서 시세보다 꽤 높은 가격으로 집을 팔았어요.

10년정도 살 생각으로 샀던 집인데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로망으로 구입한 단독주택인데 막상 1년을 살아보니 모르던 단점들에 대해

많이 체감을 했습니다.

고질적인 겨울철 결로문제, 오래된 하수배관으로 인한 화장실 악취,

매일매일 퇴근하면 차댈곳이 없어 동네열바퀴를 도는 불편함 등..


거금을 들여 뜯어고치지 않으면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로 제법 속앓이를 한 터라

아 이래서 아파트 아파트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며들던 차였죠.


운좋게 집을 비싸게 팔고 시세차익으로 양소세를 내고도

구입당시 받았던 대출이 거의 해결이 되었고

이 돈으로 아파트를 구입하여 들어갈까 아니면 비교적 저렴한 빌라를 하나 얻어살고

남는돈으로 다른 주택을 전세보증금을 끼고 1억원 안팍으로 사서 월세를 받아볼까.. 고민을 했고요.


이번에는 불로소득 월세벌이 집주인 생활을 누려보자! 라는 로망에 젖어

신축빌라를 하나 매입한뒤 남는돈으로 전세1세대를 끼고 4세대가 거주중인 다세대 주택을 매입했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낡은 다세대주택이 그렇게 돈을 잡아먹는 괴물일줄은....


반지하 2세대는 보증금 2천에 월세가 30씩이었고

1층 1세대는 전세,  2층 1세대는 주인이 살다가 나간 세대라

적당히 도배장판 싱크대까지 수리한 이후 부동산에 월세를 냈지요.

보증금 3천에 월 45만원으로요.


이러면 월세가 매달 105만원이니 꿀빠는거죠. 크.. 이래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  

집주인 찬양을 하는건가? 생각했어요.


월세를 내기위해 비어있는 2층에 장판,도배+싱크대 교체하는데 150만원을 지출했어요.

그래도 뭐 월세 45만원이면 3달이면 회수될테니까요.


1달이 지나 첫 월세를 받은날 반지하 사시던 할머님 한분이 연락이 왔어요.

하수구가 역류해서 주방이 잠겼답니다.

네? 역류요?

혹시 많이 급하신게 아니면 제가 저녁에 찾아뵙고요.

안되실것같으면 일단 수리업자를 불러드릴께요 했더니 기다리시겠답니다.


퇴근하고 방문을 해보니 화장실 하수구에서 오수가 역류하면서 주방까지 넘쳐서

집안이 오수+악취로 난리가 난 상황이었고 70세가 넘으신 할머님은 걸레로 바리케이트를

치시고 바가지로 퍼내시며 버티시는 중이셨습니다.


급하게 부동산에 연락해서 인근 아신다는 수리업자를 불렀고

결론적으로 정화조가 막혔다면서 정화조 교체공사를 해야하고 화장실 배수관도 공사해야한다고해서

공사비로 총 20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아아...자본주의적 관점으로 200만원이면 월세를 7달을 받아야 회수되네요.


거기에 오수에 젖은 주방 장판도 갈아드렸어요..

띠링, 15만원이 추가로 차감되었습니다.

할머님께는 고생하게해서 죄송하다 사과드리고 다음달 월세는 반만 달라그랬어요.


사실 집 팔아 번돈 덕에 이렇게 집주인생활을 시작했지만 당시만해도 막 출산한 둘째때문에

외벌이였고 전 흔하디 흔한 중소기업 과장 나부랭이라 300만원 언저리인 월급으로는

생활비 감당도 쉽지않았습니다.


2층 수리비에 연달아 정화조 공사가 터지니 빈약한 통장잔고가 바닥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괜찮아, 2층 월세 들어오고 딱 1년만 버티면 들어간 돈 다 회수하고 그때부터 꿀을 빠는거야.

행복회로를 가동했습니다.


그렇게 4달이 지났습니다.

2층 월세? 문의가 없습니다.. 안들어와요..

부동산에 문의해보니 요즘 역전세난으로 집주인들이 난리가 났답니다.

전세가 잔뜩 풀리고 전세금이 떨어지다보니 월세입자 구하는건 하늘에 별따기래요...


설상가상 물난리가 났던 할머님은 그 뒤로 월세를 안주십니다.. ㅠㅠ

몇번인가 독촉전화를 드렸는데 아들이 뭐 공사대금을 떼어먹혀서

자기가 그거 대주느라 돈이 없답니다.


아들이 공사대금을 떼어먹혔는데 왜 할머님이 돈으없으신건지...;;

뭔 소린지 잘 이해는 안갔지만 나이 지긋하신 어른에게 새파랗게 젊은놈이

집주인이랍시고 월세 독촉하는 그림은 싫었습니다.


네 그럼 해결되면 주세요.


뭐, 그돈은 결국 집을 다시 매도한지 몇년 지난 지금도 못받았습니다.

솔직히 포기했어요;


그렇게 반년정도가 지나니 고정적으로 받는 월세는 딱 30만원..

매입초기 이런저런 공사비로 들어간 비용이 약 400만원..

회수는 안되고 매달 생활비는 빠듯하고..


설상가상으로 8월이 되어 폭우가 쏟아지고나니 2층에 물이 샙니다.

하.. 49ㅕ5ㅑ54ㅓㅛ샤45ㅓㅛ0956ㅛ$#%

정말 그땐 욕이 나왔어요.


업자를 불러 옥상방수를 문의했더니 최소 300 부터랍니다.

월세가 잘 안들어오는 시점에서 그만한 공사비를 더는 부담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럼 일단 2층을 전세를 놓아서 수리를 하고 자금확보를 하자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전세를 놓았고 아이 하나를 키우는 조선족 부부가 들어왔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그게 페이즈2 인줄은..



낡은 다세대주택은 특성상 수도사용량을 세대별로 계량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보통 전체비용에서 세대수대로 1/n을 하지요.


1층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수도요금을 걷어 내주셨었는데

딱 그 조선족 부부가 들어온 뒤부터 월 7~8만원 나오던 수도요금이 15만원을 돌파했다고

민원이 들어옵니다.. 너무한거 아니냐고.


저보고 전화해서 뭐라고 좀 해달래요.

네 얘기는 해볼게요...


근데 집주인이 뭐라고 너님들 물좀 아껴쓰라고 그래요..

생각해보면 갑질도 그런 갑질이 어딨습니까..


그래도 여기 평소 한 7~8만원 나왔는데 요즘 15만원씩 나와서 다른분들이

좀 힘들어하시니까 배려 좀 해주세요 하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다음달 딱 2만원 줄어들더군요...


그 뒤로도 수도요금은 내려가지않았고 1층아주머님과 다른분들의 민원은 매달 2~3차례씩

걸려왔지요.


이후 그 조선족 부부로 인해 6개월간 받은 민원은 아주 다양합니다.

수도요금은 전초전일뿐이었어요..


쓰레기 무단투기로 인한 입주민+주변거주인들 민원..

고성방가..

새벽까지 그치지않는 층간소음..

그리고 집에 뭔 손님이 그리많은지 하루걸러서 3~4명씩 집에와서 자고간다는데

그때마다 소음도 장난이 아니래요..


그 분들 들어온지 3달째였나?

하루는 집에 개미가 많다고 전화가 와요..

네? 개미요?.. (그걸 왜 저한테...) 아..네 얼마나 많은데요?


사진을 찍어보내주셨는데 한 일주일은 묵힌것같은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거실에 쌓여있고

거기에 개미가 꼬였더라고요..


아니 저걸 치우셔야지.. 저렇게 오래두면 개미고 바퀴벌레고 당연히 벌레 꼬이죠 했더니

집안에 해충이 있는데 전세면 집주인 관리하는거니까 당연히 해주는거 아니냐고 따져요..

자기네 애기 물면 어떡할거냐고..


정신건강이 - 50 하락하였습니다..


아니 물론 어디 벽에 금이 갔거나 올때부터 벌레가 끓었으면 저도 같이 책임을 져야겠지만

이렇게 음식물쓰레기 쌓여서 꼬인건 입주민 관리소홀 아닙니까? 라는 논리를 폈는데

이분들은 논리를 무효화하는 쉴드를 귀에 걸치신 모양입니다.

씨알도 안먹히고 자기할만만 하다가 끊어버리시더군요..


그때쯤엔 저도 화도나고 스트레스도 받았던참이라

이런건 못해드립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더니 몇번 더 문자오다가 연락이 없더군요.

떠본건지 뭔지..하.. 현타가 강하게 옵니다.


내가 뭔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짓을 하고있나.. 그냥 아파트나 사서 시세차익이나

노려볼것을...


결국 1년여를 버티다가 집을 내놨어요.

그 사이 1층에 도둑이 들어서 방범창을 해달라는 민원이 한번 더 있었고..

아무도 건드리지않은 형광등이 저 혼자 떨어져(?) 부숴졌다면서 등을 갈아달라는 전화도 오고.

아..집주인도 자본이 있어야 버티고 꿀을 빠는거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좀 더 영리하거나 재주가 좋아 잘 대처했으면 좋았을까 싶기도하지만

직장생활 병행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속이 후련합니다.


앞으로는 여유자금이 생겨도 다세대주택 매입은 함부로 안할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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